하늘을 걷는 남자를 보고 왔습니다.

  아이맥스 3D로 영화를 보고 왔는데요... 일단 저는 아이맥스에 그것도 3D로 예매를 한 것에 대해 매우 후회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르고 어찌나 발가락을 오므렸던지 쥐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앞서 후회라고 한 것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효과들과 몰입도로 인해 걍 일반관에서 맘 편하게 볼걸 이라는 아쉬움이지, 영화가 실망적이란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끔씩 움찔하게 만드는 3D 효과는 제가 여태까지 본 3D 영화 중 단연코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획단계 부터 철저히 3D 컨텐츠를 의식한 씬 구성과 연출을 준비해 온 것이 확연히 느껴집니다.


평소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한다던가 스크린 속 상황에 깊게 빠져들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늘을 걷는 남자는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맨온와이어의 다큐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필립이 걷게 되는 와이어에 실제 관객들이 오를 수 있도록 많은 장치들을 심어놓았습니다. 와이어에 발을 디디면서 제 손은 땀으로 흥건했고, 발은 바닥에 닫지 못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이 영화는 조토끼..  조셉 고든 레빗의 나레이션을 중심으로 지금은 사라진 세계무역센터의 줄타기를 하게 된 과정과 결과를 따라가는 스토리로 평면적인 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시각적 효과와 스크린의 깊이는 결코 평면적이지 않은 입체적인 영화입니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아마 가장 힘주어 말하고 싶었을 당근이 익었다(Carrot's cooked)는 혹시나 관객들이 알아듣지 못할까봐 자세히 설명해주는 씬까지 존재할 정도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이 구절로 설명됩니다.

  '당신이 무언가 하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다' 라고 말이죠. 제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캠퍼스 서울에서 진행된 에릭슈미트의 강연에서도 스타트업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나이가 들어서 못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위험을 감수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습니다. 길거리를 전전하는 광대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줄타기 고수가 되기까지는 우연히 보게 된 세계무역센터의 광고를 통해 가지게 된 꿈의 역할이 컸습니다.


  저도 현재 취직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학생으로써 이 영화를 보고 가슴속에 묻어놔야 했던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과연 저게 돈이 될까 라는 생각 보다는 내 나이에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준 스승이 지역을 돌며 서커스를 할 때, 그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익은 당근을 가지고 뉴욕의 하늘을 걸었습니다. 처음 성당을 건너 경찰에 체포되었을 때 프랑스의 많은 언론들은 '성당에 감히 그런 광대짓을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류의 비하라면, 전 세계 언론들의 반응은 자신에 우호적이고 도전정신에 경의를 표하는 기사를 통해 현 기성체제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예술적 쿠데타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다짐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그것을 성공시킵니다.


  마지막에 자신이 건넜던 옥상에 관리자와 함께 올라 사인을 하고, 평생 출입증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저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참혹했던 9 11 테러로 지금은 사라진 쌍둥이 빌딩의 출입증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그 자리는 그라운드 제로로 불리며, 프리덤 타워가 건축되고 있습니다. 필리페 페팃의 역사적인 시도는 뉴욕의 수치라고 여기던 쌍둥이타워를 뉴욕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스카이스크래퍼로 발돋움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필립이 말한 forever라는 단어는 참 가슴아프고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사인과 쓸 수 없는 출입증이 되버린 뒷이야기를 통해 절대 잊지말자던 그들의 다짐이 이 영화에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하늘을 걷는 남자를 보고 우리는 세월호 사고에 대해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과 함께 나는 지금 저글링을 하며 푼돈에 즐거워하는 광대는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로 보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 영화입니다. 언제 내려갈 지 모를 <하늘을 걷는 남자> 꼭 영화관에서 보시길 바랍니다.




  별점(5.0 만점) - ★★★★

  평면적인 이야기 속 입체적인 비주얼과 성공의 희열 뒤 비극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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