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펙터를 보고 왔습니다.


  스펙터는 007 시리즈의 24번째 작품으로 스카이폴을 맡았던 샘 멘더스가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았습니다오프닝 시퀀스는 제가 본 중 최고로 인상적이고 재미있었으며뒤이어 나오는 샘 스미스의 본드걸보다 섹시한 오프닝 음악은 아이맥스를 선택한 것이 옳았음을 체감케 했습니다물론 시네마 스코프라 위아래로 레터박스가 생기지만 모비딕 예고편을 풀스크린으로 본 것으로 시각적 광활함은 만족해야겠지요 ㅜㅜ


  카지노 로얄에서 처음 살인면허를 받게 된 이후그의 뒤를 항상 괴롭히던 베스퍼 린드와의 이별을 고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영화로 확인하시길). 하지만스펙터는 단순히 배트맨시리즈의 마지막인 다크나이트 라이즈와는 다른 얼개를 보여줍니다다크나이트 시리즈가 10000피스짜리 퍼즐을 완성한 느낌이라면 이번 스펙터는 100피스짜리 어린이용 퍼즐인데 몇 조각이 빠져 완성될 수 없는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스펙터라는 퍼즐에 그려진 그림은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심지어 소리도 나고 폭발도 있습니다. 007 스펙터가 폭발장면으로 기네스에 등재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그럼 공식 지원한 하이네켄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그만큼 스펙터의 플롯 위에 펼쳐진 비주얼과 격투씬은 007 시리즈 중 가장 화려합니다하지만 그 비주얼 마저 클래식한 애스턴마틴 같은 느낌이지 최첨단 기술의 테슬라 혹은 파워풀한 람보르기니나 포르쉐의 느낌과는 거리가 있습니다미션임파서블 마저 독창적이고 화려한 앵글을 보여주고 있는데 스펙터는 카체이싱 씬까지 전통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얼마나 전통적인 비주얼이냐면 007의 건배럴 씬이 영화의 시작부분으로 돌아왔습니다이 것을 통해 얼마나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었던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본 시리즈와 미션임파서블최근의 킹스맨까지 007의 영향을 받은 많은 작품들 속에 묻혔던 007 시리즈를 스카이폴을 통해 끄집어내 먼지를 닦은 뒤스펙터를 통해 다시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영화 속의 구형 애스턴마틴과 같습니다스티어링 휠만 남은 애스턴마틴을 기름치고 조인 샘 멘데스 감독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본드걸을 맡은 레아 세이두는 섹시하지만 섹시하지 않았습니다사실상 많은 역할을 하지 않은 전작 때문인지 이번 스펙터에서는 플롯에서 많은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중요한 순간에 본드를 도와주기도 본드에게 위기를 떠안기기도 합니다샘 멘데스 감독은 본드걸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열차에서 뜬금없이 시작되는 키스씬은 정말이지 뜬금없고 오글거려서 자리를 박차고 나올 뻔 했습니다.


  제임스 본드의 상징인 발터 PPK를 던지는 모습을 통해 다니엘 크레이그는 제임스 본드를 내려놓는 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던졌던 발터 PPK를 다시 주워 쏘는 것이야 맘만 먹으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Q와 본드가 주고 받는 개그는 이전의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가벼운 모습입니다다니엘 크레이그가 맡은 뒤 제임스본드는 첨단기술을 모두 내려놓고 몸으로 싸우며 농담까지 건지는 수준까지 변화했습니다.


다음작품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별점(5.0 만점) - ★★★

  스카이폴보다 화려한, 스카이폴보다 부족한, 하지만 전통에는 더 한발짝 다가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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