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연대기 이후 두번째 손현주 배우의 작품 더 폰을 보고 왔습니다.
태양흑점폭발로 인해 전파교란이 일어난 2014년 어느날 아내가 살해당하고 1년 뒤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로 아내와 교신을 하게 되는 시간여행류의 스릴러영화입니다.
손현주 배우는 숨바꼭질과 악의 연대기 이후 비슷한 느낌의 시나리오를 골랐습니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무덤덤한 모습 뒤의 악에 의해 무너진 자아를 표현하는 연기는 이런 류의 영화에 어울립니다. 하지만, 연속해서 그러한 작품만 선택하다가는 자칫 그 자아 안에 자신의 브랜드를 가둬놓는 악수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인정받던 캐릭터는 외부의 공격으로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스스로 이를 극복하고 바로잡는 영화는 이미 레퍼런스가 많이 있고 흔하기 때문에 인정받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면을 살려나가면서 큰 가지를 가리거나 압도적인 비주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이 영화에서 선택한 장치는 흑점폭발로 인한 과거와의 소통인데, 이 것이 가능하게 된 계기 혹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합니다. 단순한 흑점폭발로 전파가 교란된다면 단순히 레이턴시가 증가하거나 시그널이 끊기는 정도의 피해가 다 일 것이고, 영화적 설정이라고 한다면 이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더 폰에서는 단순히 흑점폭발이 우연히 1년만에 다시 폭발했고, 이를 통해 과거의 아내와 다시 연락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더 폰과 함께 경쟁하고 있는 마션이라는 영화가 수학, 과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디테일을 살리게 된 것이 이 영화의 흥행포인트 였고, 백투더 퓨처가 보여준 2015년 10월은 사람들로 하여금 실현가능한 미래를 보여주고 상상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 폰의 설정은 근거가 너무 빈약합니다.
더 폰에서 배성우 배우가 보여준 악역연기는 올 해 악역 중 조태오(베테랑) 이 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악역은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강력함이나 패주고 싶은 디테일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배성우 배우는 디테일은 좀 떨어지지만 강력함이 살아있는 캐릭터였습니다. 물리적 강력함이 아닌 멘탈의 강력함은 장전된 총과 일본도를 든 상대와도 냉정하게 맞서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극적인 긴장감을 살리기 위한 사운드의 배치와 집이라는 넓지만 좁은 한정된 장소에서 벌이는 다양한 구도는 영화관에서 나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요소였습니다.
요즘 영화들의 특징인 늘어진 후반부는 이 영화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초반의 빠른 비트와는 다르게 지나치게 늘어놓는 후반부는 체력안배에 실패한 마라토너를 보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 시퀀스는 넣지 않아도 충분히 무리가 없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었다면 거기서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다 보여주고 끝낸 것이 아쉽습니다.
과거의 변화가 현재에도 이어진다는 설정을 보여준 마당에 이를 이용하여 싸움의 결과가 이긴건지 진건지 혹은 그냥 꿈이었는지 넌지시 보여주었다면 훨씬 멋진 마무리가 될 수 있었을텐데요.
별점(5.0 만점) - ★★
마션과 비교되는 과학의 부재와 디테일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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