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시사회에 당첨되어 영화 특종:량첸살인기를 보고 왔습니다.
한 불법체류자의 제보로 기자가 특종을 터뜨리고 용의자를 쫓으며 연달아 터지는 후속보도에 허무혁이 겪는 기사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와 대중들의 반응을 담은 영화입니다.
오프닝시퀀스는 아주 특별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검은화면 내내 깔리는 BGM과 이 후 시작되는 시퀀스는 지나치게 길었으며,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차라리 첫 시퀀스 사이사이에 투자자와 제작사등을 이야기 했다면 어땠을까 싶을정도로 프롤로그가 깁니다.
이러한 시퀀스 끌기는 중반부와 후반부에서도 계속됩니다. 꼭 보여줘야 할 용의자의 메모는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워낙 악필에 포커스도 맞지않아 읽기가 힘들었으며, 흘려줘도 될 만한 장면을 길게 끌어 관객의 호흡을 힘들게 만듭니다. 후반부에서도 끝날 수 있는 타임이 두 번 정도 있었지만, 결국 다 포기하고 어색하게 끝나는 결말은 개운치않은 마무리를 보여줍니다.
주연배우들의 호흡은 뭔가 어색합니다. ENG 카메라 앞에서 리포트를 하는 기자라는 사람의 호흡은 거칠고 잦은데다 정보전달이 힘들며, 허기자의 부인은 마구 몰아붙이는 듯 하지만 그저 혼자 쉐도우 복싱을 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허기자가 몸으로 보여주는 액션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상대의 액션을 기다렸다 때리는 듯한 모습과 뜬금없는 눈 CG는 몰입을 방해합니다. 차가운 듯 따듯해보여야 할 눈이 그저 따듯한 솜뭉치처럼 보이는 것은 과연 저뿐만이었을까요.
사회부 데스크를 맡고있는 조연들의 연기는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장 역의 배성우 배우 역시 그동안 쌓은 내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젊은 이경영 배우의 클리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배성우 배우는 많은 작품을 하고 있지만, 중고차 딜러부터 평범한 회사원, 형사까지 배역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법체류자의 말을 믿고 이를 보도한 허무혁과 남편을 믿지 않는 아내, 보도를 따라 살인을 저지르는 량첸대령과 이 특종을 의심하고 파헤치는 오반장, 보이는 면 만을 믿는 대중과 특정한 면을 보이게 하려는 언론 등 많은 대립관계가 진실과 거짓, 의심과 해명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언론이 말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절차가 결여되어있다는 점을 고발하면서 대중에게도 언론이 말하는 그대로를 믿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언론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대중을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광고주에게 꼬리를 흔드는 언론에게 감독은 대사를 통해 독설을 날리고 있습니다.
최근 캣맘 사건으로 시끄러운 상황도 이 영화를 투영해보면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 캣맘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은 피해자의 신상에 관련된 부분에서 추적을 시작합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시민과 이를 탐탁치않게 여긴 어느 사람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벽돌을 던졌다는 식의 추측성 보도로 사람들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이야기하다가 정작 누가 벽돌을 던졌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범인이 초등생으로 밝혀지고 언론과 대중들은 초등학생의 발언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학실험을 위해 했다는 발언에는 초등학교 과학에는 중력관련 실험이 나오지 않는다. 부터 요즘 초등학생이 얼마나 무서운데, 초등학생은 멍청하다 아니다 등등 용의자에 대한 신상의 일반화를 시작합니다.
어떠한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은 분명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사건 혹은 곁가지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게 되면 정작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나무의 뿌리는 보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입니다.
경제학도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으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두가지 가치는 완벽하게 양립이 가능한 사안으로 두가지 시점을 가지고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점을 놓치게 된다면 대중들은 이 영화의 마지막 처럼 량첸대령을 선의의 피해자로 인식하고 바라보게 되는 가장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아니 그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의 개봉시기에 마침 터진 비슷한 사건은 이 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해줍니다. 나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포탈사이트에서 뉴스에 댓글을 달면서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좋은 메시지를 아쉬운 호흡과 후처리, 편집의 아쉬움으로 날려버릴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올 해 롯데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영화들 협녀라든가... 간신이라든가.. 이 모두 아쉬운 결과를 얻고 있는 가운데 과연 롯데가 배급하는 영화들이 유달리 올 해 좋은 결과를 내고 있지 못한 이유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별점(5.0 만점) - ★★☆
잘빠진 소재와 기막힌 타이밍을 뒤엎는 호흡과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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