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베레스트를 보고 왔습니다.

  많은 기사와 리뷰, 심지어 포스터에서도 재난영화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영화는 엄밀히 재난영화가 아닙니다. 단순한 산악인의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을 찍는다거나 하는 버티컬리미트, 127시간, 클리프행어 같은 류의 영화와는 다른 영화입니다.

  온순해 보이는 에베레스트에서 갑자기 눈폭풍과 함께 눈사태가 발생할 일반적인 재난영화와는 다르게 에베레스트에는 재난이 노출되어있으며, 그 모든 위험을 등반자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정상에 오르는 것이며, 자연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업적으로 등반을 도와주는 '어드벤쳐 컨설턴트'의 롭 홀과 같이 벌자며 경쟁업체를 차린 스캇 피셔는 동네에서 코묻은 돈을 모아모아 힘들게온 더그, 공화당을 지지하는 부유한 벡 웨더스, 7대륙 최고봉 중 에베레스트만을 남겨둔 야스카 등 에베레스트를 '산이 있기에 올랐다'라는 멜러리의 답변치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사연들을 베이스캠프에 던져두고 등반한 원정대는 추위, 산소부족 등의 예상 가능한 변수 외에도 낙석, 눈폭풍 등의 예상이 전혀 불가능한 변수들까지 온몸으로 맞서면서 에베레스트에 등반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상업등반에 대한 많은 문제들을 넌지시 던지고 있습니다. 베이스캠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쓰레기들과 산소통들, 등반을 위해 사다리와 로프를 마구 설치하고 수습하지 않는 모습 등 에베레스트에 대한 인간의 몰상식한 모습을 한 컷 한 컷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실제로 에베레스트는 정상에 버린 산소통들 때문에 2m 높아지기도 하고, 너무 많은 입산자들 때문에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일이 잦으며, 네팔 정부는 이 것들을 치운다는 명목으로 5만달러 가까운 입산료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단순한 정복욕을 해소하기 위해 치뤄야 하는 비용은 자연이 감당하기에 너무 거대한 비용이었을까요. 에베레스트의 기후가 점점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하며, 이러한 기후 변화가 에베레스트 등정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합니다.


  각 캠프에서, 캠프를 오르는 과정에서, 산 정상에서의 바람소리는 미세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 눈이 귀를 스치는 소리, 숨조차 쉬기 힘들정도의 강풍을 이 영화에서는 모두 담아냈습니다. 덕분에 산을 오르지 않고도 산소가 부족한 것을 느낄 수 있고, 추위를 느낄 수 있습니다.


  벡의 Dole Kemp 티셔츠를 입은 것은 많은 장면에서 나올 뿐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벡이 공화당을 지지하고, 대사관에 압력을 넣을 정도로 힘이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면 그 위급한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반면, 모든이의 희망과 돈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더그는 (돈이 문제는 아니었지만) 벡이 거기 있었다면 살아올 수 있었겠죠.. 무전기도 없는데 살아온 벡인데 무전기를 가지고 있는 벡은 에베레스트를 오르는데 한걸음이면 충분했을 수 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맥스로 보았으면 훨씬 다가왔을 스케일이 가려진 것이 매우 아까웠습니다. 최근 앤트맨이 한 것 처럼 아이맥스 컨버팅이 아닌 아이맥스 카메라를 지고 직접 등정하여 장면을 촬영하였다고 하니 영화속에 등장하는 아이맥스 팀은 이들에 대한 오마쥬로 출연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이맥스로 다시 한 번 보고 싶을 정도로 스크린에 숨겨진 스케일이 보고 싶습니다. 자연의 위대함과 웅장함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아이맥스로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모든 긍정적인 요소들을 갉아먹을 정도로 숨겨진 스케일에 대한 아쉬움이 큽니다.


  이에 대해서 저번에 언급한 이야기를 한 번 더 해야겠습니다.

CGV에서 에베레스트를 아이맥스로 개봉하지 않은 곳은 4곳으로 소풍(부천), 울산삼산, 창원더시티, 춘천 입니다. 수도권이야 CGV 영화관도 많고, 아이맥스관도 많이 있어 사도와의 교차상영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천과 울산, 창원, 춘천은 아이맥스 포맷을 소화할 영화관이 많은 곳도 아닌데 에베레스트를 밀어내고 사도를 온관상영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딱 한 번 명량이라는 영화를 아이맥스에서 본 뒤로 아이맥스관에서 일반포맷 영화를 예매하지 않습니다. 물론 사운드나 스크린에 민감한 편이라 더욱 저런 것을 이해 못할 수 도 있습니다.

  시네마스코프 사이즈의 영화는 아이맥스 관에서 틀 경우 스크린을 다 채우지도 못할 뿐더러 시야각 확보를 위해 뒤튼 스크린때문에 영화 자체의 왜곡도 심한 편입니다. 아직 한국 영화계가 아이맥스에 대한 막대한 비용 때문에 7광구(안좋은 선례) 이후 아이맥스 컨버팅 조차 시도하지 않는 풍조가 심해졌고, 아이맥스에 대한 이해도는 한국영화만 보는 관객들에게 단순한 화면큰 영화라는 인식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에베레스트를 상영하지 않는 4개 관중 소풍, 창원, 춘천은 일반관을 개조하여 아이맥스 포맷을 상영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아이맥스 경험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울산삼산은 천호 CGV가 생기기 전까지 한반도에서 가장 큰 스크린(아이맥스관 기준)을 가지고 있었으며, 처음부터 아이맥스를 위해 지어진 퓨어 아이맥스 관입니다.


  아이맥스는 70mm 필름으로 찍는 것과, 35mm 필름으로 찍는 것, 일반 포맷을 아이맥스 포맷으로 컨버팅 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단순한 화면비가 아닌 화질과 사운드 등 영화관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한단계 뛰어넘는 포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맥스 영화가 없는 것도 아니고 새로 개봉한 영화를 밀어내고 단지 관객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특정영화 밀어주기를 위해 다른 관에 비해 한 번에 많은 관객을 들일 수 있는 영화를 온관배정한다는 것은 장사를 위해 많은 부분을 포기한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에베레스트를 더욱 실감나게, 재미있게 즐기시기 위해서는 아이맥스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아이맥스를 위해 태어난 왕십리, 천호, 일산, 대구, 전주효자, 울산삼산에서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단순한 화면크기가 아닌 화질과 음질 문제가 이 영화의 핵심요소입니다.


  관객의 선택권을 제공하기 보다는 선택을 강요하는 이러한 세태가 1년만에(가오갤... ㅂㄷㅂㄷ) 반복된 것에 대해 울산 시민의 한사람으로 매우 안타깝습니다.





  별점(5.0 만점) - ★★☆ (일반관 기준)

  아아.. 아이맥스에서 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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