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을 보고 남기는 감상평입니다.
마션은 화성 탐사 중 불의의 폭풍으로 혼자 남겨진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이 구조를 기다리며 생존하는 과정을 그려낸 영화입니다.
마션은 아이맥스 포맷이 아닌 시네마스코프 이므로 아이맥스관이 아닌 일반관에서 보려 했으나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는 스케일로 인해 큰 스크린에서 보는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아이맥스관에서 보고 왔습니다.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를 보고 그 스케일에 이끌려 마션을 보러 온 관객들은 다소 실망할 수 도 있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아이맥스 포맷이 가장 잘 어울릴 법한 소재를 시네마스코프로 표현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골 밤 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도시 속 외롭게 떠있는 북극성을 표현하기 위해 스케일적 요소를 인위적으로 최소화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 프로메테우스 같은 스페이스오페라가 아닌 생존기를 다룬 영화들 <라이프 오브 파이> 와 <캐스트 어웨이> 에 가깝습니다.
인터스텔라가 중력방정식, 블랙홀, 차원 등등 거대한 우주 물리학이었다면, 마션이 다루는 과학의 범위는 유기화학, 기초화학, 기초물리학 등 대학교 기초과목에 가까운 학문들입니다. 이러한 범위의 차이가 마션을 대하는 감독의 시선과 마션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96년에 화성에 보냈다 실패한 패스파인더를 활용해 통신을 하고,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용한 기술들은 첨단기술이 아닌 간단한 과학의 원리를 이용한 원시적인 방법입니다. 최소한의 장비로 살아남기 위해서 주변환경을 최대로 활용하고, 자신이 가진 기술들을 총동원 해 생명을 이어나갑니다.
이 영화에서 '우주에 쓰레기를 마구 던져 생존키트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 혹은 '인간은 우주와 자연앞에 (ㅈ..)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생존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흔한 생존영화라면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힘을 내는 신파성 스토리로 진행할 듯 싶지만 마션에서는 가족이라는 요소는 한 번의 울림만을 제공하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수학(Let's do the math)을 하고 있습니다. 총알을 쏴 총알을 막는 확률과 거의 비슷한 마션의 가장 중요한 씬에 대해 희박한 확률에 도박을 걸고 자신들의 생명을 담보로 팀원을 구하러 가기로 결정한 헤르메스 호는 화성에서 살아남는 일 만큼 어려운 움직이는 물체에 도킹하거나 우주선에서 사람을 빼오는 미션을 훌륭히 소화합니다.
화성과 지구와의 통신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 16진수를 활용해 아스키코드로 대화를 하게 된 이후 와트니는 안심을 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웃음으로 여러 어려움들을 극복해나갑니다. 결국, 인간의 생존의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리적 조건이 아닌 심리적 조건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사운드와 씬들은 극장을 꽉 채우는 스케일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장의 개인적 취향인 디스코로 가득 채워진 플레이리스트와 심심한 우주 등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베이스가 가득한 효과음, 거대한 화성 배경 등 스페이스 오페라에 필요한 소스를 활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페라를 지휘합니다. 다만 자막은 조금 의역이라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어 마션의 과학적 완성도에 비해 떨어지는 모습이었습니다.(니트로젠이라던지 랑데부라던지...)
소설에서 보여주는 과학과 영화에서 보여주는 과학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을 이야기하면서 앤디 위어와 리들리 스콧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성에 사는 다리 여덟 달린 외계인이 아닌 폭풍에 의해 사투가 시작되고, 지금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정식과 생존방식은 생존기에서 허구성을 배제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제까지 생각해왔던 화성과 스페이스오페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신 분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현실을 지각하실 수도,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어떤 영화보다 무서운 호러영화가 될 수 도 있습니다.
인터스텔라의 만박사도 잊으시고, 본시리즈의 제이슨 본도 잊으시고, 엘리시움의 맥스도 잊으신다면 마션은 인터스텔라보다 웅장한, 본시리즈보다 통쾌한, 엘리시움보다 희망적인 영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별점(5.0 만점) - ★★★☆
맷 데이먼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맷 데이먼은 성공한 평행우주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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