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우먼을 보았습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 등장하는 DC의 오프닝 타이틀에서 반지닦이가 나오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Justice league에서 그린랜턴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단 점과, 그렇게 망해놓고도 (하긴 DC입장에선 망하지 않은게 거의 없으니..)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그린랜턴이 DCEU에선 일정 포지션을 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와 비슷한 개념인 DCEU(DC Extended Universe)의 영화인 원더우먼은 아레스와 상대하기 위해 제우스가 만든 데미스키라에 살고 있었습니다. 늘 아레스를 쓰러뜨리기 위해 훈련을 하던 중, 여성들만 살고 있던 데미스키라에 불시착한 트레버 대위는 데미스키라의 밖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전쟁의 신 아레스가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갓킬러를 챙겨들고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단 DCEU의 전작들 ( 배트맨 v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가 모두 흥행과 상관없이 망작 소리를 들으며 시작부터 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는데요.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원더우먼 정도의 퀄리티만 나온다면 DCEU에게는 아직 역전의 기회가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배트맨 v 슈퍼맨의 경우, 저스티스 리그를 띄우기 위해 만든 느낌이 드는 바람에 영화를 그르쳐버렸고,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뱃대슈와 마찬가지로 얼개의 엉성함으로 인하여 관객을 설득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는데, 원더우먼은 이 구조를 깨고 퍼스트 어벤져와 비슷한 구조를 가져감으로써 비교적 성공적인 작품을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퍼스트 어벤져를 보신 분들은 원더우먼을 보자마자 '이거 캡틴아메리카 아니야?'라고 할정도로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둘 다 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세계대전(원더우먼은 WW1, 퍼스트 어벤져는 WW2)을 배경으로 하며, 전장에서 앞장서 싸우는 모습 등 이 비슷합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미군에 입대한 뒤, 실험에 의해 초인적 능력을 부여받았고 신급의 무결성과 순수함을 가졌다면, 원더우먼은 격리된 사회에서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훈련받은 진흙 혹은 데미갓입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모든 인물들이 같은 타임라인에서 싸우기 때문에 박진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원더우먼은 총알을 눈으로 보고 정확히 원하는 방향으로 쳐낼 수 있을 정도로 사기급 캐릭터 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시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오로지 쉴드와 온몸을 활용해 타격하는 구조라면, 원더우먼은 칼과 쉴드, 진실의 올가미, 건틀릿까지 풀세트로 착장한 뒤에 주먹으로 싸웁니다(응?)


방패 액션의 연출을 좀 더 뜯어보면, 캡틴아메리카는 쉴드를 던지거나 휘두르고 찍는 구조로 연출을 한다면 원더우먼은 좀 더 쉴드를 쉴드답게 사용합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쉴드와 함께 맨손타격을 즐기는 파이터의 액션으로 수평적인 구도 혹은 등 뒤에서 진행되다가 캡틴의 앞에서 관객을 향해 쉴드를 던집니다.

원더우먼은 쉴드를 막는데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쉴드를 사용할 때에는 원더우먼을 클로즈업하여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는 표정을 다이내믹하게 보여줍니다. 무리 가운데로 뛰어들어 싸울 때에는 회전 공중제비로 가운데를 제압한 뒤, 360도로 싸움을 벌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유난히 720도를 회전한 뒤, 활을 쏘거나 검을 휘두르는 씬이 강조되었는데, 잭스나이더가 원더우먼을 배트맨, 슈퍼맨과는 다른 구도로 카메라를 사용하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캡틴아메리카가 위문공연이나 다니다가 하이드라에 납치된 버키를 구출하기 위해 나서면서 도덕성과 악과 싸우기 위한 의지를 다져나갔다면 원더우먼은 처음부터 하나의 목적(아레스 처단)을 가지고 트레이닝 받다가 트레버에 의해 아레스를 찾아나서는 구조 입니다.


저스티스리그에서 각 인물들은 핵심가치를 지니고 있는데요. 슈퍼맨-희망, 배트맨-정의, 플래시-희생, 그린랜턴-의지 등의 의미가 있다면 원더우먼은 사랑이 중요한 가치입니다. 


사랑은 아가페와 에로스, 필리아로 나뉘는데요. 아가페는 거룩하고 조건없는 사랑으로 원더우먼의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모성애와 비슷한 아가페적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로스는 트레버 대위와의 불꽃튀는 연인간의 사랑을 뜻하며, 필리아는 트레버의 동료로 활약했던 친구들과의 우정을 뜻합니다.


원더우먼이 뱃대슈와 저스티스리그와 다른 점이 바로 이 점입니다. 원더우먼의 메인플롯에 핵심가치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DCEU의 전작들과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그렇다고 원더우먼이 전작들의 단점들을 모두 개선한 완벽한 다음버전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액션 씬에서 지나치게 많이 걸리는 슬로우는 내가 지금 2017년의 액션영화를 보는 것이 맞나 싶을정도 였습니다. 적당히 걸었다면 좋았을 것을 씬 중간중간 자주 걸리는 슬로우가 액션의 흐름을 방해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여기에 반복만 추가된다면 옹박과 다를 것이 없는 영화가 되버릴텐데 다음 작품에서는 슬로우를 좀 적게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작의 영향으로 인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볼만한 영화이며, DC가 이 영화를 망치지 않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DCEU의 부활로 마블의 독점이 깨지기를 바랍니다.



시나리오 ★★★ 

연출      ★★★☆

연기      ★★★☆


종합      ★★★☆

사실 저스티스의 시작은 원더우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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