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을 마지막으로 2막을 끝낸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캡틴아메리카:시빌워로 3막을 열었습니다.

  소코비아 사태 이후 UN 117개국의 비준으로 마련된 소코비아 협정을 놓고 도입을 찬성하는 아이언맨측과 이에 반대하는 캡틴 아메리카측의 싸움을 그려냈습니다.


  MCU 라인업의 다양한 영화들은 각자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언맨이 메탈릭한 분위기에 화려함을 강조한다면, 캡틴아메리카는 회색빛의 현실적인 분위기로 진행합니다. 직전작인 앤트맨도 많은 유머와 함께 라틴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봉 4일차를 맞은 지금까지 이 작품을 놓고 재미없다, 지루했다라는 평이 많은 이유를 저는 분위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언맨 시리즈에 길들여진 관객들이 회색빛의 단색적인 영화에 지루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첫 작품인 퍼스트 어벤져는 하이드라와 레드스컬에 대항하는 스티브 로저스를 등장시킵니다. 자유주의의 수호를 위해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한 미국의 상징인 캡틴 아메리카는 자유를 침해하려는 외부세력에 대해 대응하는 어벤져(Avenger)라는 부제를 가지게 됩니다.

  두번째 작품인 윈터솔져에서는 세계대전에 함께 참전한 친구 버키와 스티브의 대립을 보여주었습니다. 버키는 미국의 군인이었지만, 하이드라의 실험에 의해 인간병기로 개조되었고 강력한 왼팔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입니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가 바로 다음에 언급할 내용 때문인데요. 어벤져스를 결성하고 활동하면서 하이드라를 무찌르기 위해 노력하지만 쉴드라는 조직 역시 하이드라와 다른 점이 뭔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모습을 잘 드러냈습니다. 이 부분을 살리지 않았더라면 캡틴아메리카는 전형적인 미국만세 히어로물이 되었겠지만, 스티브의 자유와 정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은 이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하면서 마블의 히어로물 사상 가장 호평받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런 고민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집니다. 소코비아 협정이 비준됨에 따라 본인의 그리고 어벤져스의 활동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에 대한 반발을 하면서 이 협정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따라 팀을 구성하고 활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결국 영화 내내 일어난 갈등과 오해는 모두 외부에서 비롯된 것이며, 원작인 코믹스의 중요한 아젠다인 협정은 소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사소한 것에 각을 맞추고 입장을 정하다가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외부의 뜻대로 분열하게 되고, 이는 곧 파멸을 야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버키와 윈터솔져는 자유와 통제의 중간에서 시빌워의 모든 오해와 원인을 제공합니다. 


  이 영화를 재미없고 지루하며, 마블에 실망했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가 캡틴 아메리카라는 것을 놓치고 어벤져스의 확장판 혹은 캡틴과 아이언맨의 대립 정도로 보았기 때문에 내재되어 있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루소형제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스파이더맨과 블랙팬서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킵니다. 블랙팬서는 이 작품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롤을 맡은 조연이며, MCU라인업에서 다음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UN 회의장에서 아버지를 잃은 트찰라는 버키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심에 단순히 아이언맨 진영에 합류하며, 이야기의 끝에서 내막에 대해 깨닫고 그 동안의 자신에 대해 뉘우칩니다.


  스파이더맨은 삼촌을 잃는 등의 이야기를 과감히 들어내고(드디어 삼촌은 죽지않아도 되는..) 스파이더보이로 등장하게 됩니다. 기존의 스파이더맨이 원작에 비해 무게를 잡는 모습이었다면, 이번 시빌워에 등장하는 스파이더맨은 데드풀에 필적할만한 수다스러움과 유머를 보여줍니다.

  앤트맨까지는 본편에서 충분히 서사를 쌓은 뒤 다른 영화에 등장하는 것이 MCU의 관례라면 관례였는데, 블랙팬서와 스파이더맨은 시빌워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과감히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앤트맨의 교훈을 잘 반영한 모습입니다.

  이 점이 마블과 DC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는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메트로폴리스 사태를 기점으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립을 보여준 뒤, 둘의 교감을 확인하고 둠스데이를 무찌릅니다. 하지만 너무 서둘렀던 탓에 보여줘야 할 부분과 감춰야 할 부분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습니다.

  반면, 마블의 모든 캐릭터는 미리 서사를 풀어낸 뒤 본편에 등장하거나, 최소한의 정당성을 제공하면서 관객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유에 대한 설득을 충분히 시켜줍니다. 본편과의 개연성과 관객에 대한 설득력을 얼마나 제공하느냐에서 마블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비전은 저택에서 망토대신 옷을 입고다니며(!!) 인간만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내재된 속성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연 비전이 고민의 결과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다음 편이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배대슈와의 비교에서 시빌워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각 캐릭터 간의 밸런스입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아쿠아맨, 플래쉬 등등 캐릭터는 쩌리취급하면서 배트맨보다는 슈퍼맨에 좀 더 롤 배정을 무겁게 가져갔습니다. 크립토나이트를 굳이 슈퍼맨이 날아가 꽂아야 했나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그럼에도 원더우먼의 분량과 임팩트에는 칭찬하고 싶습니다. 극장을 나가려는 순간 붙잡아준 인물이기에 고맙습니다^^

  시빌워에는 메인 히어로 10명에 주변인물들 까지 포함하면 어벤져스를 능가하는 라인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메인을 끌고 나가는 스티브와 토니의 분량을 챙겨줌과 동시에 새로운 캐릭터 들에게도 적절한 롤과 분량을 부여함으로써 실내악이 아닌 오케스트라를 합주하는 듯한 웅장하면서도 세세한 컨트롤을 보여줍니다.


  코믹스의 팬들은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을 하기도 하는데 이 점 또한 불필요한 논쟁입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여러차례 코믹스와 MCU는 세계관이 다르다고 밝힌 적 있으며, 그것이 마블의 공식입장이기도 합니다. 원작에서 스티브가 죽는데 영화에선 왜 안죽냐는 말은 거의 억지에 가까운 비판이며, 루소형제는 이런 비난에 대비하기 위해 원작에 대한 오마쥬를 여기저기 배치해놓았습니다. 대전제를 받아들이시고 어떤 오마쥬가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영화를 본다면 더욱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작인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져>와 <어벤져스:에이지오브울트론>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무 문제 없이 이 작품을 즐기실 수 있지만, 서사에 대한 이해 없이 시빌워를 단지 화려한 액션히어로물의 하나로 인식하고 가신다면 팝콘맛만 기억날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가볍게 즐기기 위해서라도 어느정도의 학습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앞으로 진행될 MCU에 분명 악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작품과의 연계성이 중요한 것은 마케팅과 매출의 측면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서도 중요한 속성임에는 틀림없습니다. F4와 엑스맨, 배트맨과 슈퍼맨 등 히어로 영화를 다루는 모든 영화사들이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하려 하지만 꼭 하나씩 실패하면서 마블만 강력한 유니버스 구성을 마치고 확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쉴드를 파괴하는 캡틴아메리카 만큼 쇼킹했던 이번 캡틴 아메리카는 많은 인물에 대해 적절한 밸런스 구성과 함께 이야기를 무게감있게 이끌어나가면서도 화려한 액션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시나리오 ★★★★☆ 

연출      ★★★★

연기      ★★★★☆


종합      ★★★★☆

"캡틴"의 영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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