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은 창고에 갖혀 지내게 된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좁고 부족하지만 시스템을 제공하는 닉에게 잡혀사는 조이와 잭은 시스템에 순응하고 살아갑니다. 어떠한 계기로 시스템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게 되는 과정과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요즘의 한국영화들이 가지고 있으며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선악구도가 지겨우시다면 이 영화를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에서 그리는 닉은 미국에서 보기 힘든 가부장적인 인물인데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인물이기에 악당으로 만들기 좋은 역할이지만 덤덤하게 풀어냅니다. 자극적인 화면을 그리기 괜찮은 구도의 장면들도 잔기술 부리지 않고 꿋꿋하게 그려나갑니다. 스포트라이트부터 룸까지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선악이란 그렇게 선명한 것도 아니고, 스크린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상의 존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 배우의 연기력이 중요합니다. 조이와 잭 연기를 맡은 브리 라슨과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훌륭한 연기력으로 공간을 채웁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 왜 브리 라슨에게 돌아간 것인지 충분히 납득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고립된 공간속에서의 육아를 통해 성장한 아이가 세상과 소통을 시작하고, 어른에게 교훈을 던집니다. 네살까지 잭에게 놀이를 통해 아이에게 탈출하기 위한 다양한 스킬을 가르쳐주고, 조이가 스스로 대장을 자처하여 잭에게 시스템에 대한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지만 다섯살 생일이 지나고, 어떠한 계기로 인해 탈출을 시도하게 됩니다. 어쩌면 조이는 잭이 성장하기 까지 모진 현실을 견디면서 살아왔고, 자신은 그럴 능력이 없지만 잭으로 인해 그 기회를 만들고 제한된 시스템으로부터의 탈출을 설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의 유대감을 이어주는 행위는 다섯살 잭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장면을 통해 암시합니다. 모유수유를 하면서 조이와 잭은 서로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조이는 잭에게 모유수유를 거부합니다. 이를 통해 유대감의 종식을 보여주면서도 창고 밖 다섯살 아이들의 행동양식에 어긋나는 행동임을 잭에게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안타깝지만, 조이는 모유수유를 거부한 이후 잭과의 마찰을 빚게 되는데 이를 통해 무너진 10대를 되찾고자 하는 본능과 잭의 엄마라는 현실의 부딪힘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홀로 집에 시리즈가 넓은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의 집안 사수기를 그린다면, 룸은 좁은 창고에 갇혀지내면서 어머니를 통해 창고를 박차고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케빈을 위협하는 도둑은 2명 이상의 무리를 지어 다니며 끊임없이 케빈에게 위협당하지만, 잭을 위협하는 생부는 잭과 조이를 격리시키고 시스템을 제공하는 사실상의 시스템의 창조자입니다.

  이런 점에서 나홀로집에와 룸은 모두 아이로 인해 시스템을 지키거나 그 시스템으로 부터 탈출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룸이 그리는 창고와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수재벌(닉)이 벌어다 주는 조금의 양식을 나머지가 나누어 먹는 제한된 시스템.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이후, 전기와 TV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그가 국민을 좁은 창고에 가둔 채 그들만의 파티를 벌이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창고밖의 세상이 우주가 아닌 강아지가 뛰놀고, 낙엽이 떨어지는 뒷마당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안타깝지만 창고속의 잭과 조이의 삶을 이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치과치료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며, 기본권을 제한당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지옥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은 창고 밖은 위험하다는 판타지에 의해 스스로 나갈 의지를 잃어버린 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룸에서 말하는 것 처럼 그들은 절대악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유롭게 살아가며, 치료를 받고 원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야 말로 안빈낙도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말합니다.


  OST가 다소 심심했던 스포트라이트와 달리 룸의 OST는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일부러 울음을 터트리려는 웅장하고 슬픈 신파곡이 아닌 덤덤한 트랙을 통해 여운이 남도록 하고 있습니다.

  엠마 도노휴의 장편소설 룸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 만큼, 탄탄한 스토리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만큼 조이의 감정을 다 드러내지 못한 점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두시간에 조이를 모두 드러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조금 더 조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갔다면 어땠을까합니다. 초반은 잭을 중심으로 후반은 조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세상을 학습하는 잭이 아닌 그를 통해 시스템을 나가려는 조이였으므로 조금 더 조이에게 무게중심이 옮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많은 스크린을 가지지 못해 스크린으로 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 작품상 버프로 스크린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룸은 개봉한지 이틀밖에 안되는 바람에 일단은 지금의 스크린으로 관객추이를 지켜 볼 것이기 때문에 많이 찾아주셔야 며칠이라도 더 스크린에 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시나리오 ★★★★☆ 

연출      ★★★★

연기      ★★★★


종합      ★★★★

이불 밖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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