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을 보고 왔습니다.


  내부자들은 윤태호작가의 미완결 웹툰을 바탕으로 우민호 감독의 생각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원작이 된 웹툰을 보지않은 관계로 원작과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가 그려낸 내부자들은 각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잘 드러났습니다. 


  만화책은 종이를 넘기면서 한 장에서 칸 배치를 달리함으로써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고 독자와 함께 대화하는 느낌이라면 웹툰은 아래로 스크롤을 하면서 모니터 안에 보여지는 화면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댓글을 통해 독자끼리 소통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웹툰이 만화책보다 직선적이고 딱딱한 느낌이지만 깊이에 대한 표현을 더 효율적으로 전달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부당거래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웹툰의 깊이로 만들어 냈습니다.

  이말인즉슨 광수대가 말할 수 있는 소재의 한계를 권력내부로 들어감으로써 더욱 풍부하고 진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언론과 정계 재계 사법부까지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어 소재의 다양성은 증가했지만, 이를 130분에 풀어내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러닝타임이 130분 정도로 원래의 1차 편집본이 220분에 이르는 것에 비추어 보면 매우 많은 부분이 잘려나갔습니다. 영화의 깊이는 에스프레소인데 중간중간 물을 풀어 놓으니 영화의 흐름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지루하지 않습니다. 뜬금없는 이병헌의 개그는 빨간딱지가 붙은 무서운 영화에서 살인범이 슬랩스틱을 하리라는 예상을 하기 어려운데 이런 의외성이 더욱 재미있는 부분으로 다가왔습니다.


  초반부의 장면을 후반부에 다시 보여주는 사도에서 많이 보신 이 시퀀스는 사도에서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아쉬운 부분중 하나입니다.

  사도에서도 같은 장면을 지나치게 많이 보여줌으로써 첫 시퀀스의 시간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너무 길게 보여주는 바람에 극적 긴장도가 떨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보여주는 과정이 너무 친절했습니다. 사실 들어내야 할 부분은 이부분이었는데 말이죠.. 반전이 중요한 영화에서 그 반전을 너무 쉽게 풀어주면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에 대해 다시 곱씹어보거나 대화를 하기 보다는 감독의 코멘터리에 따라 해석을 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처럼 메시지를 주인공이 직접 풀어 설명해주면 영화에 대해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이 부분을 들어낸 채 기자회견장에 짠 하고 나타나고 마지막 시퀀스가 나온 뒤 크레딧이 올라간다면 관객들은 마지막에 저거 뭐지? 하면서 SNS를 통해 회자가 되고 입소문을 낼 수 있었는데 말이죠.. 초반에 비해 후반부는 그 힘이 약해지고 그저 두 주연의 욕구충족에만 충실한 느낌입니다. 부당거래를 찍으려다가 중반부부터 신세계의 제작진이 메가폰을 넘겨받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부당거래 보다 깊지 않고, 신세계보다 통쾌하지 않다는 것이 흠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느낌...


  조승우 배우는 타짜에서 보여준 배역에 녹아드는 느낌을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냈습니다. 이 영화는 이병헌이 하드캐리하는 동안 조승우가 열심히 서포트 해주는 느낌입니다. 마치 스페이스와 매라와 같은 영혼의 파트너와 같습니다. 요즘 이런 조합이 충무로의 유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뒤에서 묵묵히 백업하는 서포터가 원딜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유아인-유해진과 같이 작품에 잘 녹여냈습니다.


  백윤식 배우와 이경영 배우 등 조연의 연기는 흠잡을 데는 없지만 어디서 많이 본 느낌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경영 배우와 배성우 배우가 한 씬에 등장하는 최초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분 다 다작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우신 분들인데 이 영화에서 처음 만나는 것이 신기하네요.(틀리면 말씀해주시길..)


  청소년 관람불가 딱지를 받은 상황에서 이 영화가 드러내는 고어 씬들과 별장 파티 들은 사실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보여 줄 수 있었는데, 이런 좋은 소재와 스토리를 그런 씬들을 포기하지 않는 바람에 빨간딱지가 붙어버린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들이 얼마나 더럽고 냄새나는 괴물들인지는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의 입장에서는 부족했나봅니다. 그들이 창고에서 손모가지를 날리고 날도 추운데 굳이 벗고 있는 그런 것들이 작품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었나 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가진 베테랑은 벗지않고도, 죽거나 썰지 않고도 얼마든지 잔인하고 더러운 장면을 그려낼 수 있었는데 내부자들은 신세계와 그때 그사람들의 그런.. 것들을 가져다가 사용했습니다.

  이강희가 가진 언론권력에 대한 비판이 그 고어함 때문에 묻혀버린 느낌입니다. 이강희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장필우의 오른팔이 하는 행동에 묻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결말은 복수에 성공한 몇명만 후련하고 나머지 이 땅에 살아가는 5000만 국민은 허무해합니다. 정치인의 생명줄을 끊은 것은 결국 내부의 적이었으며, 투표권을 가진 시민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언론의 힘으로 여당의 대선주자를 갈아치우고 신문에 광고실어주면서 언론을 길들이는 재계가 정치인을 마리오네트 삼아 이 사회를 주무르고 있습니다.


  오늘도 조국일보가 보여주는 열애설과 국위선양소식에 열광할 다수의 시민들과 이러한 현실에 회의감과 패배의식을 가지고있는 소수의 시민들은 이 영화를 보고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질 것입니다. 혹자는 단순한 복수극으로, 다른 사람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묘사와 함께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감상을 가진채 극장을 나올 것입니다.


  유난히 스산한 하루입니다. 



  별점(5.0 만점) - ★★

  비주얼에 신경쓰다 놓쳐버린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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