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헤이트풀8 을 보았습니다.

  레드락으로 죄수를 운반하는 행맨이 링컨의 편지를 전달하려는 현상금사냥꾼과 보안관을 만나 블리자드를 피해 산장에 도착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풀어냈습니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면 제가 왜 이렇게 짧게 스토리를 요약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뭐 하나 잘못 깠다가는 오롯이 스포일러가 되어버리기에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영화와 이 감독에 대해 설명하면서 중간중간 스포일러인듯 아닌듯 하게 이야기를 풀어 볼 예정이니 스포일러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이 포스트를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저수지와 개들로 입봉한 뒤, 펄프픽션으로 B급 영화의 거장으로 추앙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전쟁영화와 서부극을 찍고싶다는 자신의 바람을 킬빌과 바스터즈:거친녀석들, 장고:분노의 추적자로 이룸과 동시에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무엘 L. 잭슨이 이번 헤이트풀8에서도 가장 중요한 현상금 사냥꾼으로 출연합니다. 스토리를 풀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사람도 가장 많이 죽...(Beep~~)

  지난 작품들에서 잭슨옹이 보여준 연기의 틀을 그대로 가져갑니다. 악역인지 선역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 많은 것은 확실합니다.


  헤이트풀8은 킬빌만큼이나 잔인한 영화입니다. 팔목을 썰....(Beep~~), 퐈이어볼을 쏘.....(Beep~~), 피를 토....(Beep~~)는 등 잔인한 비주얼들이 난무하는 영화입니다. 사람을 2등분하는 킹스맨은 유쾌한 스파이영화일 정도로 이 영화에 갖다 댈 수준이 아닙니다. 반대로 타란티노 감독이 이전부터 보여준 B급 슬래셔 무비급의 감성들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점이 이 감독의 팬들에게는 반가운 점 중 하나일 것입니다.


  남북전쟁 직후를 다룬 웨스턴영화이지만 선인장과 러닝타임 내내 총을 쏘지 않습니다. 추운 와이오밍의 한겨울을 무대로 대사를 쏘아댑니다.

  챕터개념을 도입해 막의 전환을 알리는 컷을 인서트하는 것과 눈을 배경으로 한 구도들은 모두 광각으로 촬영하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개념들이 현대영화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장치 입니다. 챕터를 도입한 것은 2시간 4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속에서 앞의 내용을 정리하고 관객들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로 생각합니다. 다음 챕터의 제목을 말해줌으로써 관객들이 뒷내용을 생각해볼 수 있을 여지를 주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헤이트풀8에서 배경은 딱 세가지입니다. 설원, 마차, 산장. 단순한 배경을 사용하지만, 설원은 넓고 밝게 찍고, 실내 컷들은 타이트하고 어둡게 찍음으로써 대비감을 확실하게 전달했습니다. 게다가 70mm 슈퍼시네마스코프(Ultra Panavision)의 장점을 극한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이 대비는 확실하게 체감하실 수 있습니다. 2.39:1의 일반적인 시네마스코프와 달리 2.76:1의 비율을 가져감으로써 미장센을 표현하는데 극대화했습니다. 즉,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인물이 악역이냐 선역이냐라는 심리묘사보다는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수많은 떡밥들과 도구들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 영화에서 어떤 소품에 주목해야하냐 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수갑과 스튜, 사탕, 커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행맨과 죄수를 묶는 도구, 현상금사냥꾼이 스스로 찰 수 밖에 없게 된 도구, 보안관이 거부한 도구가 수갑이며, 마르퀴스가 스튜를 통해 거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틈사이에서 발견한 보잘것 없는 젤리빈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이 영화를 끝까지 보신다면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행맨이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찾는 커피는 결국...(Beep~~)

  수많은 떡밥을 뿌려놓고 회수하는 능력이 정말 치밀합니다. 흘리는 것 하나 없이 모두 사용되는데요. 산장이라는 좁은 장소에서 있을만한 모든 소품들이 언젠가는 쓰인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음악은 장고에서 쓰인 자신의 작품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엔니오 모리코네가 다시 맡아 작업했습니다. 영화의 분위기와 긴장감이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나타나는 음악은 장고보다 발전한 모습입니다. 다만 장고처럼 기억에 남을만한 OST가 없었던 것은 큰 힘을 쏟지 않았던걸까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떡밥을 흘리고 정확하게 회수하는 것과 공간에 확실한 대비를 준다는 것외에는 모든 것이 모호한 영화입니다. 남북전쟁 직후 승전지역 흑인에게 N-word를 날려대는 행맨과 나머지 백인들, 여성 죄수를 마구 때리는 행맨과 흑인, 웨스턴 영화에 나올법한 원주민이 나오지 않는 부분, 웨스턴 영화임에도 블리자드가 한창인 설원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 웨스턴 영화임에도 총은 거의 쏘지않는 것 등등 많은 부분들이 이전의 영화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시고 타란티노가 진정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제가 정의하기 보다는 여러분께서 직접 판단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별점]

시나리오 ★★★☆ 

연출      ★★★★

연기      ★★★★


종합      ★★★★

온갖 거짓과 반목들이 난무하는 중 최후의 승리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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