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티브잡스를 보고 왔습니다.


  2013년 개봉한 잡스<Jobs>는 애쉬튼 커쳐가 엄청난 싱크로율을 보여주면서, 애플이라는 회사의 시작과 아이팟, 아이폰을 주로 보여주었다면 마이클 패스밴더가 연기한 <Steve Jobs>는 키노트를 중심으로 딸 리사와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잡스와의 차이점이 분명한 영화는 잡스를 보고 실망하신 분들께도 다시 볼 것을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전작보다 갈등구조와 막구분이 확실합니다.

  맥킨토시와 넥스트 큐브, 아이맥까지 세 가지의 키노트를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이 이동하며, 영화의 대부분은 무대와 대기실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영화 역시 한 사람의 전기를 다룬 논픽션에 가까운 영화이므로 스포일러라고 생각치 마시기 바랍니다.



  애플 창립 후 애플 3까지(는 하드캐리..) 성공시킨 잡스는 리사 프로젝트 실패 후 매킨토시를 발표하는 키노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잡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이기도 했던 이번 키노트에 하필이면 음성인식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않고, 키노트를 찾은 관객들을 속이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와중에 타임지는 자신의 인터뷰를 내면서 표지에는 매킨토시를 사용하지 않고, 아내와 딸은 대기실을 찾아와 돈을 달라며 징징대기 시작합니다.

  55년산 마고를 들고 찾아온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조연 스컬리는 애플의 성공을 미리 축하합니다.




  84년 슈퍼볼 광고(위)를 시작으로 사람들의 박수와 함께 시작된 매킨토시 키노트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참고로 이 광고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게 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된 영화는 이 광고에서 조지오웰의 동명 원작<1984>를 소재로 IBM을 빅브라더로 애플을 구원자로 묘사한 광고를 방영합니다. 광고의 역사에서, IT 기업의 역사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광고이므로 차분히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총괄책임자인 잡스와 앤디 허츠필드(Andy Hertzfield), 스티브 워즈니악(Stephen Wozniak)는 이 영화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요소입니다. 앤디와는 실무자와의 트러블, 워즈와는 애플2팀에 대한 대우문제로 마찰을 일으키는데 잡스의 성질을 잘 보여주는 갈등구조입니다.


2. 넥스트 큐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티브잡스는 이사회 투표 결과 쫓겨나게됩니다. 이에 잡스는 NeXT라는 회사를 차리고 제품을 내놓기 위한 키노트를 준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OS는 아직 준비되지도 않았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스티브잡스의 경쟁작 발표는 자신을 쫓아낸 애플에 빅엿을 선사하고, 자신의 OS를 살 수 밖에 없도록 만든 뒤, CEO로 복귀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었던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는 다른 것은 매킨토시 출시 당시 만악의 근원으로 삼은 IBM과 손을 잡았다는 점입니다. 잡스는 별 생각 업이 IBM의 뒷통수를 가격하고픈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냈습니다. 애플직원 다수를 데리고 나와 내놓은 큐브는 엄청나게 비싼 작품이 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실제 애플은 NeXT를 인수하고 이 OS를 기반으로 OS X를 내놓게 됩니다.

  이 블럭의 운영체제는 NeXTSTEP으로 GUI 기반의 UNIX 운영체제로 객체지향 환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객체지향적 프로그래밍의 장점은 Python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절차적 프로그래밍은 GUI에 부적합합니다. MS-DOS에서 제어할만한 사용자의 입력은 매우 한정적이지만 사용자가 어느 아이콘을 클릭할 지 모르는 GUI는 그 것들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존재한 것입니다.

  일어날 수 있는 변수들을 모두 객체화 한 뒤 이를 묶어 처리하는 것을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이라고 하며, 1972년 Smalltalk가 그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후 Objective-C를 기반으로 한 NeXTSTEP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3. 아이맥



  NeXT 인수를 통해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아이맥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애플의 부활을 알리는 행사를 준비합니다.

앞서 나온 모든 갈등이 한 번 더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컬리와는 잡스를 쫓아낸 것에 대한 분노, 허츠필드와는 딸의 등록금을 대신 내준 것에 대한, 리사와는 어린 자신을 너무 매몰차게 대한 것에 대해 갈등을 일으키며 한 번에 모든 것을 해소합니다.

  그리고 잡스는 무대에 오르기 전 리사에 대한 못생긴 벽돌 대신 1000곡을 들을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줄 것을 약속합니다.(아이팟에 대한 암시)


  잡스가 애플로 시작했지만 아이팟을 이야기한다면, 스티브잡스는 매킨토시의 몰락부터 아이맥의 부활까지를 보여주는 좀 더 PC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애플은 아이맥으로 일어선 회사이며, 이를 바탕으로 아이팟을 만들어냈으므로 좀 더 고증에 가까운 것은 스티브잡스입니다. 물론, 싱크로율은 잡스가 훨씬 앞선다지만 애플의 또 하나의 상징인 잡스와 키노트를 영화에 녹여낸 영화입니다.


  워즈니악이 밝혔듯 잡스는 스티브잡스를 지나치게 미화한 면이 있다면, 스티브잡스는 인물간의 갈등구조와 키노트로 영화를 끌어나갑니다. 보다 스티브잡스의 맨얼굴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애플의 자세한 이야기가 듣고 싶으신 분들은 그것은 알기싫다 36화 신인류 연대기:PC와 청년들 을 참고하시면 좋으실 듯 합니다. 저는 그만한 Nerd도 애플보이도 아니기에...




  아론 소킨의 각본과 대니보일의 연출은 너무나도 훌륭했으며, 이 영화의 가장 큰 갈등인 스컬리를 연기한 제프 대니얼스와 마이클 패스밴더, 케이트 윈슬렛과 세스 로건까지 대단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저는 잡스라는 인물을 찍어낸 2013년의 잡스보다는 스티브잡스도 주변과 충돌하고 실수하는 인간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부각시킨 2015년의 스티브잡스에 더욱 끌렸습니다.

  


[별점]

시나리오 ★★★★ 

연출      ★★★★☆

연기      ★★★


종합      ★★★★

키노트 3번으로 몰락과 복수, 재기를 보여준 스티브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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