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지금 큰 홍역을 겪고 있습니다. 1년 중 가장 큰 회전율을 보이는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를 앞두고 아마존이 내건 한 TV 시리즈의 광고가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아마존의 이미지가 예전만 못합니다.


  그 위기의 발단이 된 사건은 The man in the High castle(높은성의 사나이)로 1962년 발표한 필립 K. 딕(Philip Kindred Dick)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TV 시리즈를 광고하기 위해 뉴욕 지하철에 가상의 나치와 일본 깃발을 컨셉으로 래핑을 했다가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철거하게 된 것입니다.


  높은 성의 사나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이 패배하는 바람에 벌어진 미국 영토에 나치와 일제에 의해 양분된 미국의 1960년대를 그린 작품입니다. 아마존 스튜디오가 리들리스콧과 함께 TV 시리즈로 제작하면서 지난 1월 아마존에서 파일럿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좋은 반응을 얻은 덕에 공식 제작을 발표하고 나머지 에피소드가 현재 아마존에서 사용가능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된 부분은 이 시리즈를 광고하는 과정에서 뉴욕 지하철에 독일과 일본의 군국주의의 상징을 래핑했다는 점입니다. 하켄크로이츠와 전범기를 좌석에 덮고, 아마존 메인페이지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나치경례를 하고 있는 부분들은 그 작품의 핵심소재와 예술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나간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MTA의 기준에는 문제가 없지만 무책임하고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광고"라고 해당 광고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소설의 내용은 1960년대 주축국이 승리해 노예제와 유대인종말살정책이 제정된 미국에서 높은성의 사내라는 유일한 희망을 읽으며 살아가는 시민들이 어느것이 진실인지를 혼란스러워하며 생기는 일들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 내용이 허구이며, 정치적인 고려가 없이 순수 문학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뉴욕시장이 언급한 희생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광고임에는 반문의 소지가 없습니다. 이는 한국에서 전범기 디자인을 함부로 쓰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과 비슷한 것입니다. 당시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국으로써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국민정서를 생각해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역사에 대한 가정에서 출발하는 대체 역사 소설에서 사실적인 묘사는 얼터너티브 히스토리에 대한 현실성을 증강시키기 위해 필요한 장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대중에 나올 경우 필터링 혹은 변형과정이 필요한데 1886년 완공된 자유의 여신상이 나치경례를 하는 어이없는 설정 혹은 전범기와 하켄크로이츠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는 등의 묘사가 많은 시민들에게 역겹게 다가 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위 어그로라 불리는 노이즈 마케팅과는 차원이 다른 이 광고에 대해 아마존의 광고 철수 결정은 올바른 선택이었으며 블랙프라이데이 준비나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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