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시사회에 당첨되어 영화 대호를 보고 왔습니다.
조선의 명포수 천만덕과 지리산 산기슭에 사는 조선의 마지막 산군 호랑이를 둘러싼 영화입니다.
대호는 호랑이와 사냥꾼의 싸움을 다룬 전형적인 괴수영화의 플롯을 따라갑니다.
2006년1300만 관객을 모은 괴물, 2007년 많은 논란이 된 디워, 2009년 개그코드로 기술력을 넘으려했던 차우, 2011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이자 최후가 될지도 모를 IMAX 3D 포맷의 7광구(...) 까지 다양한 영화에서 괴수를 다뤘습니다.
대호에서 등장하는 호랑이는 실제 모델이 있는 것인지 100% CG 출연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비교적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전 nVidia Geforce Day 때 확인했던 Hairworks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털 묘사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영화 내내 드러나는 프레임드랍과 떨어지는 무게감은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으로 하여금 호랑이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 전 저건 가짜라는 인식을 하게 만들어 영화에 몰입을 떨어트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가장 어이없는 플래시백 시퀀스는 이 영화의 구성적 요소 까지 일제강점기로 돌려버린 어이없는 결정이었습니다.
영화에 드러나는 갖가지 CG와 특수효과들은 어색합니다. CG 처리한 눈발과 인물의 머리에 쌓이는 눈, 아기가 태어났을 때 지나치게 반질반질한 모습, 성난 강아지가 아닐까 느껴질 정도의 아기호랑이 등 다양한 요소들이 충분한 후반작업을 거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대호는 조선의 마지막호랑이(사실 마지막 호랑이는 1946년 평안도에서 잡혔다는 기록이 있음)를 두고 아내를 잃은 만덕과 형제를 잃은 구경, 일본복귀전 마지막 선물로 마지막 호랑이를 가져가고픈 일본총독(?) 까지 많은 사연을 얽어놓았습니다.
뻔한 괴수영화에서 세세한 사연은 스토리에 입체성을 살릴 수 있는 장치로 생각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스토리를 너무 많이 보여주려 하다보니 잦은 플래시백으로 스토리 전체를 망쳐버렸습니다. 초반부 만덕의 아들 석이가 보여주는 요즘의 아역배우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가 영화에 대해 기대하게 만들었으나, 오프닝시퀀스에서 본 이 영화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설명을 해줘야 할 부분에 컷인으로 씬을 구성해버려 뒤에서 그 설명을 다시 해주느라 플래시백을 써버리고, 마지막 시퀀스 직전 갑자기 아름다웠던 둘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등 늘어지고 재미없는 구성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플롯 표현의 실패는 초반과 후반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후반부야 과거의 인연으로 그렇게 했다고 쳐도, 초반부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산군님만이 가지고 있는 영험한 능력에 의한 의문의 죽음 혹은 호환으로 인해 마을사람들이 실종되는 스토리 등 다양한 방법이 있었지만 여기에 일본 육군이 끼는 바람에 구성이 틀어져 버렸습니다. 처음부터 이 포수들의 목적은 호랑이를 잡는 것이었기에 관객들이 호랑이가 어떻기에 저만큼의 피해를 받고, 증오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애초 감독이 보여주려 했던 만덕과 호랑이의 동질성에 대한 표현을 위해 플래시백을 과도하게 집어넣은 탓에 관객들은 그 스토리를 강요받고 호랑이에 대한 연민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해하기에도 일본 육군이라는 대호를 위협하는 존재에 대한 설명은 만덕과 연결되지 못하는 탓에 위의 설정에 반하는 이야기로 일본 육군을 강조하지 않았거나 두 배역 모두에게 위협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일본영화를 보러 온건지 지나치게 많은 일본어 대사들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특성과 포수대가 소속되었다는 설정을 보여주기 위한 씬들이었지만, 초반부터 쏟아내는 일본어 대사들이 저를 지치게 했습니다.
괴수는 좁은 장소에서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이 공포와 힘을 극복함으로써 관객에게 공포심과 쾌감을 전달해줘야하는데 대호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호랑이는 바디첵과 할퀴기, 물어뜯기만으로 부대를 쓸어버리는데, 그 구성이 초반과 중반, 후반까지 너무 비슷했고, 괴수가 인간과 맞섬에 따라 더욱 강력해지기보단 점점 상처를 입는 호랑이를 보여주었습니다. 때문에 관객은 호랑이를 보고 공포심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 이제 곧 잡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즉, 이 영화는 출연진의 연기력 외에는 볼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구경의 흉터 특수분장은 후반 작업에서 발견하지 못했는지 클로즈업 때 가짜인 것이 티가 날만큼 후반 작업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플래시백을 끼워 넣느라 디테일에는 신경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호랑이는 진짜 같지만 무게감이 떨어지고, 구성은 촌스러우며, 후반 작업은 디테일이 떨어지는 이 영화가 과연 관객들로 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 영화와 신세계는 비슷한 점들이 있습니다. 두 영화 모두 연기력이 뛰어나지만 그 구성과 표현방법은 떨어진다는 점,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신세계는 무간도와 같은 범죄 느와르 영화의 특징을 잘 살렸지만 대호는 괴수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아쉬움이 드러납니다.
시나리오 ★☆
연출 ★☆
연기 ★★★★
종합 ★★☆
느와르 너프먹은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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