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Sicario)를 보고 왔습니다.
시카리오(Sicario)는 예루살렘에서 침략자 로마군을 암살하는 '질럿'에서 유래했으며, 멕시코에서는 암살자를 뜻합니다. 아동납치 사건 수사를 위해 수색영장을 집행한 케이트는 본인의 사건은 해결하지 못한 채 의문의 사체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희생당한 팀의 멤버를 위해 법무부에서 파견을 나온 알레한드로와 맷의 팀에 합류하게 됩니다. 카르텔 소탕을 위해 여러 작전을 벌이지만 각자의 욕망이 드러나면서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정확히는 케이트가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기예르모를 체포하고 마누엘을 거쳐 카르텔의 핵심부까지 접근하여 카르텔에 대한 소탕을 이뤄나갑니다.
초반부의 갑툭튀 하는 장면들과 영화 내내 중요한 순간 심장을 조여오는 사운드이펙트는 120분동안 맘놓고 볼 수 없도록 만듭니다. 프리즈너스와 에너미의 비교적 잔잔했던 구성과 진행과는 다르게 템포는 느리지만 거칠게 관객을 쥐고 흔듭니다.
제 3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이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에 관객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순수하게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원하는 케이트와 (삐~~~~~자체 검열)하기 바라는 알레한드로, 자신의 작전에 적법성을 갖추기 위해 케이트를 이용하기만 하는 맷, 머나먼 상부의 지시에 자신의 대원을 순순히 내어주는 데이브 등 각자의 목표와 욕망은 각기 다르고 서로 부딪히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법은 한가지 카르텔을 부수는 것입니다. 오로지 이 것을 위해 여러 인물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작전을 수행합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전작 에너미와 프리즈너스를 보면 이 영화에서 던지는 메시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에너미가 도플갱어를 통한 내재된 욕망과 통제의 충돌을 보여주었다면, 프리즈너스는 어떻게 되던지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공리주의와 범행에 응당한 처벌을 실시해야 한다는 칸트의 응보주의의 충돌과 이로인해 나타나는 딜레마들을 잘 표현한 영화입니다.
시카리오는 에너미와 프리즈너스의 메시지를 적당히 믹스했습니다. 케이트와 알레한드로의 대립을 통해 달성하려는 욕망에 대해 차이를 인식하고 이 둘의 충돌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고문들과 소탕법이 적법한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말하고 있습니다. 케이트에게 응보주의를 말하고 있는 레지와 그게 무슨상관이냐는 맷 사이에서 케이트는 팀에 합류한 이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리주의에 대한 회의를 처음 느낀 장면인 추격조 사살 씬에서 케이트는 자신을 노리던 부패한 멕시코 경찰을 사살합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음에도 멕시코 경찰을 사살한 것에 대한 죄책감 혹은 총격전이 일어난 장소와 많은 민간인에 대한 적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작전 중 샷건을 발포한 적을 사살한 뒤, 덤덤하게 바이탈을 체크하고 보고를 하던 모습과는 대비되는 심경변화를 통해 레지와 케이트는 그들의 작전에 협조하지만 고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독은 프리즈너스에서도 그랬듯이 공리주의와 응보주의 중 어느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결국 이 메시지에 대한 판단은 이 영화를 본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철학적 문제에 대해 큰 고민을 하고 싶어하지 않으실 분들은 이 영화를 단순한 오락영화로 보시거나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들은 회피하고 싶어도 결국 언젠가는 만나게 될 '도를 아십니까?'와 같은 것입니다. 이 사람들을 피해다니더라도 결국 만나게 되고 언젠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적절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2년 4대강과 자원외교 등 MB 정부가 핵심 중점사업으로 진행한 수많은 사업들이 뚜렷한 성과는 커녕 거대한 똥을 안겨주었지만 우리는 2015년을 내꿈이 이루어 지는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선포한 헌법과는 달리 서울시조례에 광화문광장이 시위가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시위를 불허하는 어이없는 현재를 살면서 복면 쓴 대한민국 시민을 아이스라고 부르고 강력한 법적 제재를 예고하는 이러한 나라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때입니다.
MB정부 막판 정의에 대한 열망으로 철학책을 보기만 해도 잠이 오던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인 마이클 샌델교수의 Justice(정의란 무엇인가)는 상당히 보수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자유경제원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논거들만 가져와 주장한다며 비판을 제기하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문득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있긴 한가?"라는 이병헌의 대사가 영화관에서 나올 때 맞은 찬 바람 만큼이나 제 가슴을 후벼파는 씁쓸함이 스쳐지나갑니다.
실비오가 카르텔을 위해 일하지만 자신의 아이에게는 총을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모습을 통해 독일에서 베트남에서 고생을 하시면서 자신의 딸, 아들에게는 더 좋은 세상을 꿈꾸었던 그 때를 생각해보시고, 오늘의 대한민국은 안녕한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별점]
시나리오 ★★★★★
연출 ★★★★☆
연기 ★★★★
종합 ★★★★☆
정의란 무엇인가. 혹은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있긴 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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