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를 보고 왔습니다.

  먼저 사우스포(Southpaw)는 단어 뜻 그대로는 남쪽의 앞발이라는 뜻으로, 야구나 권투와 같이 주로 쓰는 손이 왼손인 경우 자주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반대로 오른손이 주 손일 경우, Orthodox 라고 하며, 정통파임을 뜻합니다. 아이언맨의 마크 34가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수트를 입거나 그러진 않아요..


  권투는 체중별로 체급을 나누고 사각의 링에서 1:1 맞다이....가 아니고 맞대결을 벌이는 스포츠입니다. 권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격투기 이지만 현대의 스포츠로 정착한 것은 영국의 프라이즈파이팅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나친 상업성과 도박으로 인해 금지되다가 18세기 영국에서 복싱 아카데미가 개설되고 레슬링 요소가 빠진 지금의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얼마전, 남의 경기장(NBA)에서 만나 성사된 이후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기만 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는 대전료가 2억 5000만달러라고 텔레그래프가 말한 것을 보면 복싱에 대한 전세계인들의 관심은 뜨거웠고, 심지어 한국에서도 잠시 복싱에 대한 제2의 열풍이 일까 잠시 기대했던 전국의 체육관 관장님들은 소문난 잔치에 볼거 없다는 명언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며 사그라들었습니다.

(사실 이 게임은 애초 이 둘에게 인파이팅을 기대한 관객들의 실망이 큰 것이고, 메이웨더를 좋아하던 팬들에게는 아웃박싱의 정수를 보여준 정통매치였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 얘기를 여기서 길게할 생각은 없으니 여기까지..)


  위에서 언급한 파이트머니와 티켓오픈 1분만에 매진, 기본 입장료가 3500달러, 암표는 25만달러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들어 보면 복싱은 규모의 경제에서 EPL 혹은 NBA와 비등한 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복싱영화가 시나리오 잘 고르기로 소문난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를 거쳐 세상에 나왔습니다. 사실 복싱영화는 그 스토리와 전개과정이 거의 비슷합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 가족문제로 힘들어하다가 글러브를 다시 끼우고 마지막 피니쉬카운트로 세계정상에 등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토리나 전개구조가 비슷한 영화가 앞선 영화들의 본의아닌 클리셰를 피하기 위한 방법은 딱 한가지입니다. 디테일의 세분화. 신파를 억제할만한 요소를 집어넣거나, 액션이나 사운드를 강렬하게 넣어 인상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으로 스토리의 진부함을 가셔줄 단무지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사우스포는 다른 작품들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르는 것 같습니다. 아내를 죽인 일파와 붙어 이기는 모습이나 집안이 크게 한 번 망하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모습 들은 다음 장면을 상상가능하도록 만듭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준 배우는 다름아닌 빌리 "더 그레이트"호프의 딸입니다. 이런 클리셰 덩어리 영화에서 아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리 크지 않고, 어설픈 연기로 인해 판을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감정을 절제하고 터트리는 구간을 알고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에 집중하여 볼 수 있었습니다.


  50 Cent의 연기 또한 스파이에 비해 (사실 보여준 것도 많이 없지만..) 나은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영화속에 잘 녹아들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터져나오는 에미넴의 래핑은 관객들로 하여금 아드레날린을 강제로 터트립니다.  이 영화에서 OST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이전 리얼스틸에서의 그 짜릿함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영화는 로키가 아니라 <주먹이 운다>였습니다. 최민식의 얼굴이 오버랩되기도 하고, 링위에서의 장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대한민국 액션영화의 거장 류승완 감독의 그것과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연의 연기력이었는데요. 나이트크롤러에서 보여준 병약한 모습의 루이스 블룸을 지우고 빌리 "더 그레이트" 호프로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한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력은 이 영화를 하드캐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안톤 후쿠아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백악관 최후의 날이나 더 이퀄라이져, 태양의 눈물 등등 한 두번 당한 게 아니기에 선뜻 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제이크 질렌할 하나만 믿고 이 영화를 선택했으며 적절한 선택이었습니다. 에미넴과 50 Cent의 사운드 트랙을 듣고 싶으시거나 천의 얼굴의 연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수 많은 개봉작 중 후회하지 않을 선택 중 하나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별점]

시나리오    ★☆

연출         ★★

연기         ★★★☆


종합         ★★

제이크 질렌할! 50 Cent !! EMINEM!!! M*****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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