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이틀 앞두고 윤서체로 인해 전국의 문서편집자들이 벌벌떨고 있습니다.


글꼴은 서로 어울리도록 일관성을 갖춘 글자의 모둠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글꼴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가 생겨나면서 글꼴에 관한 저작권도 더욱 부각되는 상황에서 오늘 공공기관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기사가 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작권법 관련 판례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글꼴 자체와 같은 서체 도안은 법에 의한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

(대법원 1996.8.23 선고 94누 5632 판결)

  이 판례는 서체 도안을 저작권법 적용대상으로 묶어버리면 글씨를 썼다가는 그 자체가 고소거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다음 판례는 다른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폰트파일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

(대법원 2001.6.29 선고 99다 23246 판결 등)

  고유한 서체가 폰트파일로 만들어지면 저작권법 대상으로서 효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사용하면 저작권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2차 저작물(1차 저작물을 이용하여 인쇄나 디자인을 할 경우)은 저작권법의 적용대상이 아닙니다.

윤 디자인 연구소가 위임한 법률사무소에서 위임한 업무는 저작권법에 의한 정품소프트웨어 사용여부이지 2차저작물의 사용문제에 대해서는 의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재 법무법인들이 진행중인 사건들의 대부분은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이지 법정까지 끌고 갈 생각이 없을 것입니다.


  사용자들이 업무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한글과 워드, 엑셀, 포토샵에 포함된 글꼴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한글과 컴퓨터는 2014버전부터 다른 프로그램에서 한글 번들 글꼴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2014 아래 버전을 쓰면서 시스템 폴더에 깔린 글꼴을 생각없이 가져다 썼다가는 윤서체 관련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설치하면서 함께 설치된 글꼴파일은 한글 안에서 쓴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이 파일을 MS 워드에 가져다 썼다가는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발생하게 됩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로터 기사(링크)에 따르면 별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오오 대인배)

  어도비는 아예 사용권에 제약을 두지 않고 맘껏 쓰라는 입장입니다. 정품을 샀다는 가정하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해도 상관없다는 뜻입니다.


  그럼 평생 맑은 고딕으로 문서작성을 해야하는 것이냐? 꼭 그렇진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위대한 오픈소스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죠.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저작권 제한을 푼 폰트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머리아프게 고민할 필요없이 완전히 오픈된 서체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 네이버 나눔글꼴

  네이버가 2008년 한글날을 기념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글꼴입니다. 이 글꼴을 뜯어서 판매하려는 나쁜 도둑질만 제외하면 모두 공짜입니다. 나눔고딕과 나눔명조, 나눔손글씨 붓체, 펜체, 나눔바른고딕이 있습니다.


  다운 링크: http://hangeul.naver.com/


2. 구글, 어도비 Noto Sans CJK(본고딕)

  오픈소스성애자 구글과 관대한 어도비께서 뭉쳐 전세계 오픈소스 글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Noto sans 서체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는 그 글자의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24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로마자권과는 전혀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파치 2.0 라이센스를 적용해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글꼴의 저작권은 어도비에 있습니다.

  구글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프로젝트의 방향을 지정하며, 어도비는 글꼴을 실제 제작할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만들어낸 완벽에 가까운 글꼴이니 네이버가 싫다 하시는 분은 본고딕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다운 링크: https://www.google.com/get/noto/help/cjk/


3. 서울서체

  서울시 디자인 정책의 일환으로 윤디자인(...)이 서체 개발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인쇄나 배포용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지만 이걸 시스템 기본 글꼴로 사용하신다면 가독성의 압박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이 서체 또한 폰트파일 자체를 양도하거나 판매하면 안됩니다.(거 공짜로 쓰면서 유료인척 판매하지 맙시다.)

  서울남산체와 서울한강체가 있으며 이전에는 서울서체를 사용했다는 문장을 사용해달라고 했으나 현재 페이지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다운 링크: http://www.seoul.go.kr/v2012/seoul/symbol/font.html


4. 한겨레 결체

  한겨레 창간 17돌 기념호에서 한겨레 결체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한글날에 결체 무료 배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태 시스템과 한겨레 신문이 함께 제작한 이 글꼴은 서울서체와 같이 글꼴의 출처 표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 저작물은 한겨레 결체로 만들어졌다"등의 문구)

  활자로 찍어내기 위해 네모에 맞춰 꽉차게 만든 글꼴은 읽기가 어려우나 한겨레 결체는 탈네모꼴 글꼴을 채택하여 가독성을 향상시켰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다운 링크: http://notice.hani.co.kr/view.html?no=56


5. Hack

  코딩용 글꼴 'Hack'입니다. 소스코드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l'과 'I'가, 'O'와 '0' 등의 글꼴이 확실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걸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 소스코드는 휴지통으로 들어가고 처음부터 시작할 지도 모를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는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트스트림 베라 폰트를 기반으로 Hack 폰트를 내놨습니다. 저도 각종 IDE와 메모장의 기본 글꼴로 이 글꼴을 사용하고 있는데 정말 좋습니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웹과 데스크톱, 인쇄용지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디자인 수정을하거나 피드백을 보내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개발자 분들은 이제 I과 l의 고통에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다운 링크: https://sourcefoundry.org/hack/


6. 가비아 글꼴

  가비아와 국민대가 함께 만든 오픈소스 글꼴 가비아 솔미체, 가비아 봄바람체, 가비아 납작블럭체입니다. 글꼴의 사용과 수정에 아무런 제약이 없지만 글꼴파일을 판매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 글꼴들은 각각 사인펜과 붓, 납작펜으로 쓴듯한 손글씨에 가까운 글꼴들입니다. 한글 글꼴의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다양한 글꼴을 제공한 다는 것 만으로도 이 글꼴의 가치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운 링크: https://company.gabia.com/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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